SCENE 꽃 한 송이
아…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길 가다가 당신을 닮았다며 꽃을 사다주는 타입은 나레칼에 없을 것 같아. 아니, 루크 정도면 가능하려나? 근데 루크도 자기 루트 아닌 이상 딱히 유키에게 길을 가다가 꽃을 사다주는 일을 하진 않을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은 루크유키 기분이 아니다…….
오히려 로얄 소드 아카데미의 왕자님들이 이런 거 잘할 것 같지. 네쥬도 리에레도 좋지만 이런 건 어쩐지 미나지르한테 잘 어울려. 리에레는 유키에게 자기 ‘보물’을 줬으면 줬지, 굳이 꽃을 사다줄 필요를 못 느낄 것 같고, (왜냐하면, 리에레는 인어니까 아직 좋아하는 사람에게 ‘꽃을 준다’라는 풍습이 완전히 와닿지는 않을 것 같아서.) 네쥬는 꽃보다는 유키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악세사리를 줄 것 같다는 느낌. 옷이라거나. 그리고 네쥬는 어쩐지, 유키에게는 백합을 선물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지구의 ‘시라사키 유키노’가 아닌, 트위스티드 원더랜드의 ‘유키 화이트’는 왕국을 잃은 백설공주니까.
꽃집을 지나가다가 꽃을 보고 유키를 생각하는 건 셋 다 같을지 몰라도, 선물하는 꽃 종류는 각각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미나지르는 백합을 선물한다면 리에레는 하얀색 장미를, 네쥬은 수선화를 선물하지 않을까. 하얀색 꽃에는 대개 순수, 순결 같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대개 나는 너의 순수를 믿는다. 이런 의미로 전달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나가다가 꽃집에서 희게 피어있는 꽃을 보고 하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웃는 한 소녀가 생각나서. 그래서 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그런 충동이 느껴졌을지도.
아무튼 꽃다발을 주면서 사감없이 “네가 생각나서 샀어.”라고 할 거 같아. 리에레는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몰라서 유키가 빨개져도 왜 그러지? 하고 말 것 같긴 한데, 네쥬와 미나지르는 금방 눈치채겠지.
아. 이 애, 내가 자기를 좋아해서 구애하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지도.
그야, 그 둘은 이런 걸 잘 아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미나지르는 착각이라거나 단순한 우정의 의미라고 말하면 될 것을, 그냥 웃어넘기며 꽃다발을 안겨줄 것 같아. 역시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니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 도망칠 테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상대를 조금 곤란하게 만드는 쪽이 미나지르.
그리고 유키의 얼굴이 붉어지면 제 말이 무슨 뜻으로 들릴 수 있는지 그제야 깨닫고 자신도 빨개지는 쪽이 네쥬. “그런 게 아니라…” 같은 말을 하겠지만, 꽃에서 당신을 떠올렸다는 게 결국 사랑이라는 걸 깨달아버려서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만 빨개지기만 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