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어느 날, 유키 화이트는 편지를 받았다.
「친애하는 화이트 양에게.」
첫 마디만 읽어도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 * *
여름날의 이른 아침, 학원장이 고물 기숙사 앞으로 찾아왔다. 유키도 겨우 세수를 마친 참인 이른 아침이었다. 유키 화이트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 원피스 파자마 차림으로 현관 앞으로 나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화이트 군.”
“네에. 좋은 아침이네요, 미스터 크로울리⋯⋯.”
졸린 눈을 비비며 유키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빙글빙글 웃던 학원장이 즐거운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아아, 정말이지 좋은 때네요~.”
“뭐가요?”
“아니, 화이트 군도 이제 정말 좋은 때구나~ 싶어서요. 어딜 가도 흠모하는 학생들이 생기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진짜. 하암⋯⋯.”
‘이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야.’
학원장이 갑자기 찾아와 헛소리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심했다. 휴일 아침 8시부터 찾아와 이런 소리라니. 못미더워도 트위스티드 원더랜드에서의 보호자가 아니었더라면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냐고 톡 쏘아붙일 뻔했다.
“노블 벨 칼리지에서 화이트 군 앞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저한테 왜요?”
노블 벨 칼리지는 작년 할로윈 전쯤 마법사 양성학교들간의 교류회를 위해 방문했던 곳이다. 그러고 보니 거기, 공학이었던가. 잠에서 덜 깬 머리가 혹시나 남학교에 갇혀버린 유키를 불쌍하게 여겨 전학을 권유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러나 그런 제안을 할 것이라면 유키가 그 학교에 갔을 때 하지 않았을까? 이성이 유키를 쿡 찔렀다.
“그거야! 이 시대의 청춘 남녀가 굳이 편지를 주고받을 일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펜팔이요?”
“아뇨! 이렇게 둔할 데가! 연애! 러브 레터 말입니다!”
아. 제일 아니었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 버렸다. 유키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짜증난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학원장은 팔락거리는 편지 봉투를 줄 생각도 않고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며 질문했다.
“그런데, 유키 군. 아침은 먹었습니까?”
“아뇨 아직.”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합시다.”
“무슨 이야기요?”
유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고! ’
가끔 학원장이 아버지처럼 굴려고 할 때마다 유키는 ‘진짜 아버지도 아니면서 왜 참견이세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평소에도 과보호했다면 몰라도, 학원장은 평소 유키를 학교의 잔심부름꾼 아이처럼 써먹는 사람이었다. 이럴 때만 생각해주는 척 잔소리를 하는 게 유키로서는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실제로 딸이 있는 트레인 선생도 편지 한 통 가지고 이렇게까지 통제하지 않을 테다.
‘그렇지만.’
유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새로운 가능성이 생각난 탓이다. 정말로 그건 아니겠지만, 학원장이라면 온 김에 아침이나 얻어먹고 가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침 드시러 온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